있는 영화 아무거나 봐야지~ 하고 Adrian Lyne의 영화를 또 봤다.
여주인공(Diane Lyne) 예쁘다 Nine half weeks의 킴 베이싱어랑 체형이나 스타일이 비슷해서 감독 스타일인가보다 했다.
결혼한지 11년, 행복하고 안정되게 지내던 여자가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 남자랑 눈이 맞고
그걸 알게 된 남편이 남자를 찾아갔다가 홧김에 살인을 저지른 후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부부가 괴로워하면서
이 모든 건 우리 아들, 우리 가족을 최고로 위하는 우리의 소중한 가치 때문이야 라고 합리화하며 울고
멕시코 해변으로 도망가서 이름 바꾸고 낚시하고 기타 배우며 살자고
끌어안으면서 끝난다.
역겹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가족의 가치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두 등장인물이지 감독이 아니다. 그러니까 어느정도 이 역겨움을 드라마틱하고 진부하고 구질구질하게 느끼도록 유도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감독이 직접 질문을 던지거나 비웃음을 날리지는 않았다. 이 감독은 약간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고 느껴~ 라는 주의인 거 같고, 뭐라고 느끼든 사실 상관 없다는 듯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대충 만든 건 아니겠지만 철저하지는 않다는 것인데, 이게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 안에서 정리된 상태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이 감독의 생각들에는 마침표가 없다. 이러니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 가능성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아직은 끝까지 가지 않은 감독이다.
불장난이 정리되는 과정이 재밌었다.
남편이 두 사람의 일을 알게된 즈음
여자는 서점에서 남자가 또 다른 여자랑 놀고 있는 걸 보고 난리를 치는데
남자가 친구일 뿐이라며 싸우다가 둘이 또 한다. 이때부터 추해진듯..
남편이 그 남자의 집에서 살인을 저지른 직후
남자의 전화응답기에서는 아내가 지금 막 보내온 그만 만나자는 메시지가 오고,
나중에 경찰이 실종 수사하러 부부의 집에 왔을 때
죽은 그 남자에겐 사실 별거 중인 아내가 있었다는 걸 여자는 처음 알게 된다.
서로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밀을 조금씩 알게되는 순간의 눈빛교환 같은 게 재밌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연출은 전반적으로 다 진부했다.
연출에서 감각과 스타일을 중시하고 드라마틱한 에로티시즘을 좋아하는 취향은
<롤리타> <나인하프위크>에서 더 정갈하게 다듬어져 그 나름의 정수를 뽑아낸 것 같다. (두 영화도 잘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매력이 피어나기는 했으니까)
두 영화는 잘 봤는데 이 영화는 그냥 그랬다.
설명 방식이 너무너무 친절하고 틀에 박혀있다. TV드라마 보듯 그저 충실한 묘사.
하지만 사람들이 좀 더 두루 이해하고 의미 있게 생각할 법한 그런 의미를 찾는다면 다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이 더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죄에는 벌이 따라야 한다는 믿음에 대해, 죄와 죄책감에 대해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하면서 생각하게 되었고
<장기적인 안정감과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추구가
추하고 기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몸에 대한 찬미의 시간들과 거기에 따르는 감정의 무게와 집착까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찬란했고 추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행복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꿈꾸며 살아가는 인간은 얼마나 귀여운가,
죄는 처벌받아야한다는 논리는 삶 속에서 얼마나 위태로운가 생각했고
그 논리를 이성적으로 질문없이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같다 고 느꼈고
쓰다보니
죄가 무엇인지 아는지 여부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한다면,
죄를 포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신과 인간을 구분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는 생각도 든다
음 그리고
처음부터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수도 없는 건데, 죄라는 개념이 성립되고, 그 즉시 죄->처벌이라는 인과논리가 지워지지 않고 따라붙는 것
이런 일이 사회 시스템 속에서나 인간의 마음 속에서나 비슷하게 일어나는 것"에
반기를 드는 생각들이 있었는데
그 뒤로
자신의 죄를 두려워하고 괴로워하지만,
죄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려는 노력이라든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하는 결단
과 같은 무엇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무언가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추구하며
스스로도 벗어나지 못한 처벌의 개념이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사회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두 인간의 모습이 추하다고 느껴진 것
나의 반발적인 생각들과 추의 판단이 부딪히는 지점
이 흥미로운 것 같다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나란히 놓고 보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중이다)
그니깐 나는 꼭 죄 지었다고 해서 처벌 받아야 돼? 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미적으로 추하다'는 감상 속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이 점이 재밋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내가 기분좋게 볼 수 있는 주인공의 결말이란
"그래 우리 인간들은 어쩔 수 없어~ 바람필 때 미안하고 힘들긴 했지만 솔직히 오랜만에 진짜 살아있는 기분도 들었어
삶은 그렇게 살아야되는 거지 무슨 미국식 중산층 가족의 가치 같은 거 뭘 위한 건지 잘 모르겠어 기만적이야
우리 각자 자유롭게 살자~ 그래도 우리가 서로에게 오랫동안 지켜온 의리와 아들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이고 그건 소중하니까
서로 사랑해주되 구속하지 말고 살자~~~~"
이렇게 갔어야하는 것인가보다.
그럼 '여럿의 애인들'이란 문제 때문에 힘겨워하는 주인공들을 볼 때 '저 사람들 추해지고 있다'고 느낀 것은?
두 사람이 두 사람만의 세계에서 행복해할 때 그 순간들의 아름다움을 느낀 것은?
인간은 왜 이럴까 나도 인간이라 나의 미/추 판단 역시 이렇게 엉켜있는 것 같다. 이것도 역겹고 저것도 역겹고 찰나의 것만 아름답다고 느끼면 어쩌자는 거야? 인간이 살고 있는 땅이란 이런것.....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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