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통치 (기업가적 자아 1장 중)

자아의 통치

알튀세르처럼 푸코도 사회적 세공과 자기 모델링이 합쳐지는 형성과정으로 주체화를 이해한다. 하지만 알튀세르가 이 과정을 언어의 의미작용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데 반해, 푸코는 인간을 주체로 만들고 인간이 스스로를 주체로 만드는 데 필요한 이해 형식, 마름질 전략, 자기의 테크놀로지의 앙상블 위에서 이루어지는 외부 통솔과 자기 통솔의 메커니즘에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인다. 

푸코의 관심은 “인간 능력의 형성 가능성”에 쏠려 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푸코는 “사변적 경험주의”, 즉 인간은 잠재적으로 끝없이 형성 가능할 것이라고 상청해보는 ‘마치 ~처럼’이라는 가정적 태도를 이용한다. 푸코는 이 발견적 가정으로부터 권력 메커니즘들과 그것들을 과거에 형성하고 그것들 스스로가 형성되는 데 쓰였던 진리 레짐들을 재구성한다. 푸코는 이 형성하기, 형성되기, 자기 자신을 형성하기의 장치를 그것의 담론 질서 및 규율장치들과 연관하여 그의 초기 저작에서 분석했고, 이 장치를 설명하기 위해 1970년대 말 “통치”라는 개념을 선택했다.

푸코에게 주체화는 시의 부적절한 의미에서의 통치 과제인데,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통치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16세기에 통치라는 단어에 내포되어 있던 아주 넓은 의미를 허용해야 한다. 통치는 그저 정치 구조와 국가 행정에만 연관되어 있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의 통솔, 즉 아동, 영혼, 공동체, 가계, 병자들의 통치를 이끄는 방식을 뜻했다. 그것은 비단 정치적 또는 경제적 예속의 형식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들의 행위 가능성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정해진 어느 정도 고려되고 계산된 행위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통치는 타인의 우연한 행위의 영역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보태어 말하면, 자기 행위의 영역을 구조화하는 것이며,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사람은 우선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푸코는 외부 통솔과 자기 통솔의 실제 실천보다는 오히려 통치술, “즉 가장 잘 통치하는 성찰된 방식 그리고 또한 가능한 한 좋은 통치방식에 대한 숙고”, 다른 말로는 “통치의 자기의식”에 주목한다. 그리고 실천, 더 구체적으로 주체화의 실천에 깃들어 있는 지식, 통솔의 화용론의 체계화와 “합리화”를 다룬다. 따라서 외부 통솔과 자기 통솔의 다양한 양식들처럼 일치하지 않는 주체의 문제화 방식은 푸코가 “통치성”이라는 개념을 표현한 인간 통솔의 합리성과 테크놀로지에 편입된다. 이 연관 속에서 푸코는 “행동 방식들의 통솔”에 관해서도 얘기했는데, 프랑스어 (se) conduire의 이중적 의미와 마찬가지로 “Fuhren”은 “타인을 ‘통솔하는Aufuhren’ 활동과 자신이 행동하는 방식을 어느 정도 열린 가능성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개개인이 목적이 있는 계획적 세공 노력에 자신을 내맡긴다고 보고, 이를 실천하는 전략적 영역에서 주체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먼저 자기와의 관계에 형식과 방향을 새겨넣는 에피스테메의 배치 및 실천으로 향해 있는 프로그램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서 “인간이 스스로에 관해 가진 생각 또는 알지도 못한 채 규정당하는 조건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련 영역으로 이용된다. “이는 인간이 행위하는 방식을 조직하는 합리성 형식들(이는 테크놀로지적 관점이라고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실천 체계 안에서 행위하고 타인의 행위에 반응하며 어느 정도까지는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는 데 쓰이는 자유(이는 이러한 실천들의 전략적인 면이라고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를 뜻한다."

이는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자기 자신을 조정하는 존재로 주체를 환원하며, 그래서 주체의 동기와 행위가 그 자신에게 부분적으로만 의식되어 제한적으로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숨기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체의 계보학은 정신분석처럼 에고가 자기 집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달리 프로이트주의적으로 자위더르 해*의 물을 빼는 것, 라캉주의적으로 상상계의 거울의 방 너머의 공간을 타인에게 주는 것을 다루지도 않는다. 주체의 계보학은 개인들이 스스로를ㅡ그리고 특히나 그들의 무의식적인 것을ㅡ 인식하고 연구하며 통치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쓰이는 지식의 형식들과 방법들을 재구성한다. 이 지식이 상호 소통되는 경우, 즉 특정한 사회환경에서, 특수한 전문가에 의해, 특수한 이론을 새로이 수용하면서 알려지고, 특수한 자기 탐색 테크닉의 도움으로 타당성 있게 만들어지는 경우에만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것에 관해 “알고 있다.” 그래서 정신분석적 해석학은 암묵적 전제가 아니라 그 스스로 계보학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다.

* 프로이트 1933 "그것의(정신 분석의) 의도는 에고를 강건하게 하는 것, 그것을 슈퍼에고에 예속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의 지각장을 넓히는 것, 그것의 조직화를 개선하는 것이며 그 결과로 에고는 이드의 새로운 조각들을 얻어낼 수 있다. 이드가 있었던 곳이 에고가 되어야한다. 이드는 자위더르 해의 물을 빼는 것과 같은 문화 작업이다." 

이는 주체의 숨겨진 진리 찾기의 다른 변용들에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자아는 자아가 찾아내어 꾸미고 돌봐야 하는 내부 공간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 오히려 자아는 특수한 자기 통솔 레짐들과 외부 통솔 레짐들의 결과이다. 주체화의 계보학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지는 않지만, 영혼의 동굴을 연구하거나 영혼의 내부를 장식하는 대신 어떤 지식장치들과 절차들이 동굴 연구와 내부 장식이란 방법으로 인간이 자기와의 관계를 지형학적으로 규정하도록 할 수 있었는지, 또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주체의 계보학은 내부를 항상 이미 전제하지 않은 채로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연구한다. 정확히 이것을 접기Faltung로서, 즉 자신과 관계 맺기의 금세 사라지거나 어느 정도 안정된 형태로서 자아의 상이 겨냥한다. 주름Falte은 내외부의 관계를 말하며, 여기에서 양쪽은 오직 각각 다른 쪽과 관련되는 한에서만 생각될 수 있다. 내부는 자기 자신으로 방향을 돌리는 외부적인 것에 다름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체성을 엄격히 상대적으로 파악한다면, 3차원을 둘러싼 내부와 외부의 이항 질서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자아의 레짐들은 주어진 것(예를 들면 인간의 육체성, 일대기,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상황결부성의)의 토대 위에서 작동하며, 개개인을 부과된 것에 (예를 들면 다양한 개인화 명령과 자기 최적화 명령에) 직면시키고, 셋째, 자기 형성과 외부 형성의 노력으로 닿을 수 없으며 그 노력을 소용없게 만들거나 그 방향을 틀어버리는 일탈된 것의 계기들과 항상 다시 맞닥뜨린다. “(자기 자신 앞으로 자신을 오롯이 가져올 수는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 및 타인과 맺는 관계가 결코 ‘완전하고’ 투명할 수 없다는 점만을 주체성이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이 자기 일탈성과 타인 일탈성에 스스로 관계해야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그래야 ‘동일함’ 속에서 바로 사라지지 않고 부서짐, 폐제, ‘맹점’으로 특징지어지는 ‘차이’로서의 주체성이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주체화의 계보학은 주체의 역사적 존재론과 의무론을 재구성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그것들의 한계, 불명료함, 의도치않은 결과와 모순이 어디에 놓여있는지를 해부한다.

이로써 또한 주체의 계보학은 자기와 자아가 동일하다는 생각과 작별한다. 주체는 각각 맥락에 따라 그에게 제시된 자기 해석 지침과 자기 모델링 지침과의 대결로부터, 그리고 대결 속에서 아주 상이한 방법으로 자기를 “발명한다.” 개개인이 얽혀있는 진리게임과 권력실천은 매우 다르며, 그 안에서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영향을 미치는 방식들 또한 매우 이질적이다. 주체화는 하나의 자기발명이 아니라 다수의 자기발명들이다. “투표하러 가거나 집회에서 발언하는 정치적 주체로 자기를 구성할 때 사람들은 성관계에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할 때와 동일한 관계를 자기와 맺지는 않는다. 주체의 다양한 형식 간의 관계와 간섭이 분명히 있지만, 사람들이 동일한 주체 유형에 맞서고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이 경우들 각각에 관여하며, 자기 스스로와 맺는 관계의 다양한 형식을 정립한다."

저작권법에 잡혀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