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게 세번째 블로그다. 진홍이한테 초대장 받고, 마침 tahiti 80 노래 나오고 있어서 주소도 바로 정하고, 그래놓고는 제대로 시작해서 제대로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미루고 미뤘는데, 마음을 고쳐 먹었다. 맘바꾸지 않았으면 영영 못했을 것 같다.
어젯밤 침대에서 폰 만지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블로그가 계기였다. 부르디외가 말한 개념 '일루지오'를 구글하면 세번째인가에 뜬다. 그냥 다른 글은 뭐 있나 보다가 '오 이건 에버노트를 열어놓은 것 같잖아' 해서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로거에게 느낀 것으로는 처음으로, 2012년에 시작한 블로그를 지금껏 하고 있다는 꾸준함을 빼고는 나랑 닮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뭐뭐 있나 보다가 본인의 어쩌면 가장 반사회적인 면을 내놓은 글 토막을 보고도 조금 공감했고, 소름돋게 데이빗 린치를 위한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든가 위염이랑 갑상선에 대한 언급 같은 걸 발견했다. 관심사 따라 유영한 흔적들을 보고 그 사람을 친구처럼 느끼는 건 드물게 즐거운 경험이다. 그렇게 느끼던 차에 이 분이 블로그한다는 것에 대해 쓴 글을 보았는데 이것이다. http://outofshell.tistory.com/675 당장 뭔가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티스토리도 들어갔는데 비밀번호를 몰라서 포스팅 못했다. 맥북만이 아는 내 비밀번호.... 이런 사람도 있으니까 회원제 운영하는 모든 서비스들이 비밀번호 조건에 대해 까다롭게 굴지좀 말았으면 좋겠다. 헤헤
내 첫번째, 두번째 블로그들은 이글루egloos.com에 있었는데 비슷한 용도였다. 내가 에버노트에 하는 일을 좀 더 공개적인 곳에서, 굳이 공개함 없이 하는 것!이었는데 좀 음침하게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뒀다. 세번째 블로그는 다른 느낌으로 하려 했었는데 아무래도 쉽게쉽게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세상엔 대단한 덕력을 가진 사람도, 비평 잘할 사람도, 주토피아의 이스터에그를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 공개할 사람도 많으니까 그들이 하는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덕력에 준하는 무언가를 내보여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다 쓸데없는 부담이다. 어차피 파워블로거 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아 근데 오늘 식당에서 아빠가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 찍으니까 식당 측에서 엄청 잘해주시더라. 난 그래서 그런건지도 몰랐다.
우왕 티스토리 방가방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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