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고 싶다. 아니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빠졌던 구멍에 빠진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나는 빠져봤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길에 내게 도움이 됐던 것이 무엇인지 안다. 빠져 있을 때 내가 놓아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의지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로워졌던 방법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아닌 무언가 스쳐지나가듯 느꼈던 무언가가 어떤 식으로 생각의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그런 것들은 기억이 난다. 그냥 거부하고 싶고 저항하고 싶은 모든 마음을 버리고 제대로 빠져버리는 것, 모든 생각에 그것도 맞아 라고 답해버리는 것, 말하자면 굳이 해결을 바라지 않는 자세가 해결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그것들을 안다고 해서, 내 작은 경험이 있다고 해서, 아니 그 경험이 전혀 작지가 않고 이거봐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니까 하며 늘어놓고 싶은 이야기라고 해도, 내가 다름아닌 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이건 어려운 문제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른 사람이어서, 그들이 겪는 일들이 다 다른 일들이라서 모두에게 통하는 무언가는 없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경험은 어느 정도 보편적이다. 다른 사람에게 통했던 방법이, 또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그것이 조금 다르게 적용되어야한다든가, 누군가에겐 통하지 않는다든가,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전달된다는 느낌 없이(오직 실용적인 의미에서만) 전달되는 것만으로도 다수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고, ‘그건 나한텐 안 통해’ 라고 받아친 이후에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 그 때 들은 그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누군가에게 통했던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 그 자체에 있다. 구멍이 구멍인 이유는 나에게 도움이 될 법한 온갖 것들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데 있고, 구멍에 찍힌 낙인이 다른 모두를 포함한 나 자신까지 타자화하여 나를 바라보는 나, 내가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남, 나를 바라보지 않는 남들 모두를 벽처럼 세운 후 그 모든 벽들에서 혐오감과 비웃음을 느끼는 그 상황에 있다. 우울한 자들은 물리적으로는 남들과 함께 있어도 철저하게 내면에만 칩거하고 있는데, 어떤 껍질을 가지고 어떤 사람들과 얼마나 시간을 보내면서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견디는 것이 적절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내가 느끼기엔 껍질 밖에서/밖으로 많은 일들을 지나가고 많은 일들에 자신을 몰아 넣은 상태에서 껍질을 단단하게 하는 방식이 좀 더 나은 것 같고,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나와 남 사이에 벽이 있는 상태에서 만난 남과 외부의 사건들이 삶의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도움이 되지만 그들이 직접 건넨 말들이 그 메시지에 의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당.. 그래서 모르겠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에 대해 장차 어떻게 생각해 나가야 나는 남을 남다르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 따위가 감히 도우려고 나서는 것이 도움이 되기나 하나 라는 질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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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뉴누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