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아카데미(L’académie des muses) 2015, 호세 루이스 게린 José Luis Guerin
출처: 씨네21
<뮤즈의 아카데미> The Academy of the Muses
호세 루이스 게린 / 스페인 / 2015년 / 92분 / 2016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마스터즈
(구글에 제목은 프랑스어로 뜨는데 감독은 스페인 사람이고 대사들은 이태리어였던 걸로 기억)
전주에서 본 마지막 영화. 혼자 남은 저녁에 보는 영화니까 꼭 좋았으면 했는데 정말 재밌게 봤다.
페미니스트 지식인의 이미지를 스스로에게 투영하면서 여자들에게 뭔가를 표현하려하는 지극히 꼰대마초 같은 남자,
그게 어긋나고 우스워지고 그래서 아니꼽게 반응하게 되는 여자들,
그걸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여성과 페미니즘과 시와 뮤즈에 대한 입체적인 질문들,
지적 교류 안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존경심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애정관계로 발전하는 이상한 일들,
그렇게 철학과 문학과 미학으로 엮어지기 시작해서 궤변과 허세와 자기 합리화가 넘실대는 대화들,
그 사이에 삐져나오는 인간의 그저 인간일 뿐인 모습들이나 그래서 정말 가볍고 유쾌하게 터져나오는 객석의 웃음들이
너무너무 좋았다.
그 끝없이 쏟아지는 현학적인 대화와 대학 강의실의 분위기, 부부로 살아온 두 교수의 지적인 기반과 인간적인 나약함이 얽혀 나오는 주장들을
따라가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문화적 조건이 참 부러웠다.
솔직히 이 영화는 디지털카메라가 어쩌고, 시퀀스의 구성이 어쩌고 하면서 영화적 요소들을 따지고 싶지 않더라. 이 영화에선 그런 건 재미 없다.
보는 내내 와 내 손에 수첩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끝나면 바로 뭔가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2주 넘는 시간이 흘러 버려서 아쉽기만 하다.
영화를 구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구글링해서 제일 위에 뜬 것들 링크해뒀다가 천천히 읽어봐야지.
어떤 영화를 본 나의 체험이, 그것이 굉장히 먼 나라로부터 나에게 와서 닿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것만으로 남게 된다는 게 더없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많다ㅠㅠ.
같이 영화 보고 나서 이런 저런 얘기 할 수 있는 영화단짝이 생기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http://popupcinema.kr/post/4yL-8ibZZ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ilmhiker&logNo=220702956043
http://www.eknews.net/xe/479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