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여인의 초상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누뉴누누
2016. 6. 7. 20:22
몸이 아파서 푹 쉬었는데 여전히 앓는 중이다. 인생 고달파..
여인의 초상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스스로 변해야 한다.
이것은 쉽고, 불가능하고, 어렵고, 그래서 더더욱 해볼 만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그녀의 눈동자는 때로는 짙푸르게, 때로는 잿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리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단 한 사람, 혹은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가 되어
그와 함께 곤히 잠자리에 들리라.
그를 위해 네 명이거나, 한 명도 아니거나, 아니면 단 한명의 아이를 낳아주리라.
순진무구하지만, 가장 적절한 충고를 하게 되리라.
연약하기 짝이 없지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리라.
목 위에 머리가 없지만, 곧 갖게 되리라.
야스퍼스와 여성지를 동시에 읽게 되리라.
나사를 어디에 조여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근사한 다리를 만들어 세우리라.
항상 그래왔듯 젊은 모습으로, 갈수록 더 젊은 모습으로 남아 있으리라.
양손에는 날개가 부러진 참새와,
길고도 머나먼 여행을 위한 약간의 여비와,
고기를 토막 내는 식칼과, 붕대와, 한 잔의 보드카를 들고.,
어디를 향해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 피곤하지도 않은지.
많이 고단하건, 조금 고단하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혹은 신의 가호 덕분이건.